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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연극원출신 김남건 무용수 연출가 배우 전방위 활동
  • 담당자  주은영 (-)
  • 등록일2015.06.29
  • 조회수13354

연극원출신 김남건(배우명 백석광)


무용수-연출가-배우 넘나드는 팔방미인

- 무용원 실기과 거쳐 연극원 연출과 졸업......무용수, 연출가, 배우 등 무대서 맹활약
- 국립극단 <혜경궁 홍씨> 사도세자역 이어 <문제적 인간 연산> 연산군역 주목

무대에 서
무대를 보다

연극원출신 김남건(배우명 백석광)

연출가로 만났던 때보다 더 진중하고 예리해진 얼굴이었다. 배우로 만난 김남건은 작년 말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된 <혜경궁 홍씨>에서 사도세자 역을 맡으면서 체중 감량을 해야 했다. 몸을 재료로 하는 배우라는 직업을 갖게 되면서 주어진 일면일 터였다. 인터뷰 당일에는 이윤택 작·연출의 <문제적 인간, 연산>의 연산 역할의 연습을 마치고 넘어오는 길이었다. 그는 배우를 하면서 건강해졌다고, 도리어 스스로 쉴 줄을 잘 모른다며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김남건은 백석광이라는 배우명으로 국립극단과 극단 <아어>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예종 무용원에 재학할 당시에는 한국 무용으로 2004년 동아무용콩쿠르 대상을 수상하여 주변을 놀라게 했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 갑자기 연극을 하겠다며 무용을 그만두고 연극원 연출과에 입학한다. 그 후 <해무>, 직접 집필한 <이리> 등의 작품을 연출했고 학교에서 만난 동료들과 함께 극단을 차렸다. 그가 출연한 연극은 열 편 남짓이다.


하얗게 빛나는 돌, 백석광이라는 새로 지은 이름으로 배우가 된 김남건. 연출가로서 무언가를 형상화하는 것이 아닌, 직접 그 무언가가 되어가는 새로운 도전에 어려움이 없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극중 인물과의 내면적인 공통분모를 한 땀 한 땀 짚어가며 작품을 연출했던 그라면 스스로 연기하는 방식 또한 그러한 특징을 보여주지 않을까 짐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정해진 틀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그동안 쌓아 올린 연기 훈련의 도구를 전부 사용하여 온몸으로 인물에 다가선다.

"지금도 어려운데요.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는 것 같아요. 행동이 될 수도 있고, 숨 쉬는 것을 통해 자연스럽게 감정이 들어올 때도 있고, 그때그때마다 너무나 달라요. 그래서 미숙하지만, 나 자신과 그 순간에 집중하는 일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만큼은 갖고 있어요. 물론 지속적으로 새로운 연기 훈련법 등에 관심을 갖고 그것을 수행하고 싶고요."

<연극 ‘고백’(김광림 작, 최준호 연출) 공연 사진 <혜경궁 홍씨>(이윤택 작·연출)에서 열연하는 김남건(배우명 백석광>사진

<연극 ‘고백’(김광림 작, 최준호 연출)과 ‘혜경궁 홍씨’(이윤택 작·연출)에서 열연하는 김남건(배우명 백석광>

주어진 도구를 수로 환산할 수 있다면 김남건의 재능은 배우가 가질 수 있는 한계 수치에 다다를 것이다. 무용수의 몸과 연출가의 텍스트 해석 능력을 결합하면 말이다. 무용원 재학 시절 그는 반항아였다. 자주 수업을 빠졌고 학점도 낮았다.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던 때, 무용원 선배인 정영두 안무가를 만났다. 드라마적인 요소가 있는 작품을 함께 하면서 그는 이야기가 있는 예술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퍼포머로서 무대에 선 경험으로도 잔뼈가 굵은 그가 무용을 했을 때의 경험은 현재 연기를 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 같았다.

"우선 무용을 해서 연기의 몸을 잘 쓰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연기의 몸과 무용의 몸은 너무나 달라요. 마치 수채화를 잘 그리는 사람이 기타도 잘 칠 것 같다고 예상하는 일이 터무니없는 것처럼 그 정도의 갭이 있어요. 하지만 무용하는 몸과 연기하는 몸이 왜 다른지 그 차이점을 들여다보면 연기하는 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어요. 비교분석 할 수 있는 잣대가 되는 것 같아요."

내부에 존재하는 과거의 경험들을 그는 다채롭게 사용하고 있었다. 그것은 백석광의 연기에, 김남건의 연출에 큰 소용이 될 것이다.

"연출에게는 대본이 있고 자신이 그 대본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 그리고 자신이 해석해 낸 텍스트를 구현해내는 일을 하잖아요. 그것이 미장센으로, 템포로, 혹은 양식 등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전달되는데 그 과정에서 작품에 대한 해석의 방식이 배우의 그것과 많이 닮아있어요. 그런데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또 다른 것 같아요. 연출에게는 작품의 전체적인 해석을 전달하는 목적이 있다고 한다면 인물은 그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어디에 위치해야 하는지, 어떠한 입장에서 배역의 말을 해야 하는지에 그 목적이 있는 것 같아요. 이것 역시 상당히 다른 일이지요. 그런 차이들을 비교하며 들여다보는 것이 저 자신만의 시야를 갖기에 좋은 방법이었던 것 같아요."


연출가의 꿈을 가지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연극 '해무' 공연 포스터 연극 '이리' 공연 포스터

<연극원 재학시절 연출한 해무이리’>

"부끄러운데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많은 연출가들이 너무 멋있죠. 어려운 일이에요. 그리고 사라져버리고. 특히나 연극에서는."

그는 가장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마음을 꺼내어 놓는 듯, 배우로서 뿐만이 아닌 연출가로서도 활동하고 싶은 바람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무용수, 연출가 모두 당연히 이제 제 안에 있는 것들이니까. 이렇게 써보기도 하고 저렇게 써보기도 해요. 사실 연출도 하고 싶으나, 분리가 되어 있는 것 같아요. 연출을 하는 일에 있어서 ‘길을 잃었다’라는 순간이 있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하다가 포기가 되는 것들이 너무 많아지더라고요. 준비하고, 쓰고, 이것을 표현해 보고 싶다고 계속해서 안을 뒤적거리다 보면 그게 아니었던 거예요. 뭘 어떻게 해야 하지? 너무 괴롭고 이상했어요. 그렇게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면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고민하는 한 부분이 있고, 지금은 퍼포머로서의 욕망을 가지고 그것에 집중하고 있지요."

그가 학교에서 연출했던 <해무>는 소리 없이 밀려오는 해무를 통해 '전진호'가 물고기 대신 사람을 실어 나르며 생기는 사건의 처연함과 인간의 힘으로는 이겨낼 수 없는 운명의 잔혹함을 은유한다. 한편 <이리>는 유신 정권을 배경으로 하여 이데올로기에 휩쓸린 인간 군상을 통해 시대상을 반추한다. 두 작품 모두 비뚤어진 현실 아래 사회의 허물어짐을 함축하여 집단의 비극을 무대화했다. 연출가 김남건은 이런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어떤 말을 하고자 했던 것일까.

"하고 싶은 말이 없었고, 하고 싶은 말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 제가 연출가로서 방황하는 것 같습니다. 도리어 연극에 대한 탐구로 그치는 부분들이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 부정적인 이야기는 아니고요. <해무>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면 사실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어떻게 하면 자연스러운 연기 디렉션을 할 수 있는지를 공부했어요. 그리고 모두가 즐거울 수 있는 하모니를, 개개인이 갖고 있는 에너지를 최대한 쓸 수 있는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들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이리>는 좀 달랐어요. 작법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요. 소격하는 일과 몰입하는 일을 조금 더 자유롭게 넘나들고 싶었어요. 그 당시에 제가 매력을 느꼈던 부분은 지난 유신정권의 횡포였고, 그것을 폭발시켜보자는 입장으로 진행을 했죠.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부족한 부분도 많이 있는 것 같고 그게 더 나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됐었는지, 이런 것들을 문득문득 계속 리플레이하게 돼요."

다시,
연극의 문법을 탐구하던 학창시절에는 등장인물이 다수인 작품을 골라 왁자지껄한 분위기에서 텍스트를 무대화하고 그 과정에서 연기자와 세밀하게 의사를 조율하기에 좋은 단어들을 배우며 생각을 나누었다. 그는 더 많은 배우와 작업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로 한예종 연기과 배우들을 높이 평가한다. 덩달아 이런 궁금증이 생긴다. 연출가 김남건에게 배우 백석광은 좋은 배우일까?

"연출가 입장에서 좋은 배우는 연극을 사랑하는 배우에요. 이 일을 오랫동안 사랑할 수 있는 배우. 한 번 맺어지면, 평생 보고 싶으니까. 그래서 저도 여기 주변을 계속 맴도는 것 같습니다.“

무대 위에서 신체보다 말의 언어를 더 재미있게 여기는 일면 또한 연극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왜냐하면 거짓말을 하니까요. 속일 수 있고, 진실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계속해서 의미가 변하고, 그런 것들을 그려내는 과정이 좋아요."

무용수 김남건은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사람이다. 연출가 김남건은 하고 싶은 말을 찾기 위해 끈기있게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사람이다. 배우 김남건은 현실과 정면으로 부딪쳐 인물의 순간을 잡아내고자 하는 사람이다.

현실에서 무대 위로 판타지를 길어 올리는 것이 상상력이라면 그것을 사실로 가정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그 거짓이 진실이 되는 순간이 배우가 꿈꾸는 순간일 것이다. 연출로서 하고 싶은 말이 부재하다는 그의 마음은 무대 위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인물이라는 가면 아래 본심을 숨기고 언어를 통해 마음껏 거짓말할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쉬지 않고 달리는 그의 다음 선택이 무엇일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다만 프리퀄처럼 들려준 그의 지난 선택은 일탈과 열정의 '점프 컷'과 같았다. 이는 앞으로의 선택 또한 상상력이 필요한 도약이 될 것임을 예고한다. 우리는 계속되는 본편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글 최윤지(연극원 연극학과)


※ 이 글은 한국예술종합학교 홍보매거진 「K-Arts」 14호에 게재된 것을 인용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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