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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소식
전통예술원/음악과 졸업생과의 만남- 전통원(남상일)
  • 동문 남상일
  • 등록일2009.02.25
  • 조회수9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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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크누안(한국예술종합학교 신문사 http://news.knua.ac.kr)

남상일(전통원 음악과 성악전공01년 졸업, 현 국립창극단 단원) “전통을 지키면서 새로운 것을 찾으세요”

올해로 개원 10년째 되는 전통예술원은 악(기악), 가(노래), 무(춤)에 고루 실력을 갖춘 학생들을 다수 배출하여 국립국악원, 국립국악관현악단, 국립무용단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한 선배들은 재학생들에게 분명 미래의 로망이거나 좋은 본보기일 것이다. 선배들은 대학 생활을 어떻게 보냈을까. 그 선배에게 예술은 어떤 의미일까. 이번 졸업생 인터뷰는 한국 음악의 기린아, 신세대 젊은 소리꾼 등 각종 수식어를 달고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는 남상일(전통원 음악과 성악전공 01년 졸업, 현 국립창극단 단원)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판소리와의 인연

남상일
제가 소리를 4살, 5살 때부터 했어요. 아버지가 양복점을 하셨는데 천 조각 있잖아요? 그거 두르고 춤을 추더래요. 부모님은 저 놈 무당 될 애인가보다 했대요(웃음). 그런데 어느 날 12시에 하는 MBC <우리 춤 우리 가락>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인간문화재 조상현 선생님의 소리를 보면서 웃고 좋아하며 따라했대요. 그 이후 그것을 매주 빼놓지 않고 아버님께서 보여주셨고 그걸 녹음해서 편지와 함께 조상현 선생님께 보냈는데 답장을 해 주셨대요. 이래저래 해서 얘는 소리를 해야 하니까 이 음악을 따라 해 봐라 하면서. 사랑가를 녹음해 보내주시면 제가 또 해서 아버지께서 보내고. 그렇게 레슨을 이별가까지 받았어요. 그렇게 하다가 전주에 계신 조소녀 선생님께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지요. 필연인지 팔자인지(웃음) 모르겠는데 참 재밌었어요. 한예종과의 특별한 만남

전주예고를 다녔고 대학교 진학을 앞두고 서울대를 가려고 했어요. 그 당시 학교장 추천제가 있었거든요. 서류심사에 1차가 붙었는데 면접 때 어떤 질문을 놓고 면접관이랑 입씨름을 했어요. 떨어졌죠(웃음). 그 후 언뜻 신문에서 한예종에서 전통원 학생을 뽑는다는 걸 봤어요. 그 때는 우리 학교의 가치에 대해 몰랐죠. 솔직히 국립이니까 등록금이 싸서 갔어요(웃음).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행운이 없죠. 우리 때는 면접을 1인당 30분 넘게 했어요. ‘판소리계의 프리마돈나’라고 하는 안숙선 선생님께서 그 때 심사위원이셨는데 어떻게 선생님과 코드가 잘 맞았어요. 면접 때 한국무용 춤까지 췄어요. 학교에 들어왔는데 그때 당시 흠모해 마지않던 안숙선 선생님께서 전임교수이셨어요. 이런 영광이 어디 있을까 했지요. 국악계의 최고라고 하는 분들이 다 우리 학교 교수님이셨어요. 참, 오길 잘 했구나 했지요. 정말 열심히 했어요. 사회 나가서 떳떳하게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게 한예종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 때 판소리 하는 사람은 다른 대학도 그렇고, 그 때 관념도 그렇고 판소리만 해야 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 우리 학교에선 경기소리도 하고 서도소리도 하고 심지어 스님들 염불, 범패까지도 하고 노래라고 하는 전통음악은 다 배웠어요. 노래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들을 공부할 수 있는 강점이 있어요. 제가 지금하고 있는 ‘창극’이란 자체가 춤, 악기, 연기를 다 해야 하거든요. 학교 커리큘럼에 그런 것들이 다 있어서 맛보기가 아니라 제대로 배웠어요. 또 한가지, 판소리에는 악보가 없어요. 그냥 사설만 있지. 우리 학교는 창본집 같은 교육 자료집이 많이 나와 있거든요. 악보를 보는 훈련들을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았지요. 제가 1기거든요. 우리끼리 했던 말이지만 입학은 어렵지만 졸업은 더더욱 어렵다, 이런 말을 자꾸 저희들끼리 농담 삼아 했어요. 1기라서 책임감 때문에 더 그런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길을 내야한다’는 생각에 밤을 새서 공부했어요. 주어진 분량이 너무 많으니깐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공부를 해낼 수가 없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도움이 많이 돼요. 제일 도움이 많이 된 것은 명인명창들에게 배운다는 것이지요. 그 분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까 우리들 마음자세도 열리고. 교수님들과 공연을 많이 갔어요. 교수님들께서 열정도 많으셨고 좋은 공연이 있으면 꼭 함께 해 주셨어요. 우리 때는 타악 전공이 없어서 제가 교수님 반주를 하기도 했어요. 명인들하고 함께 한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만으로 얼마나 큰 공부예요. 참 좋은 경험이었어요. 밤을 새서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밖에 없어요(웃음). 하루 종일 연습했지요. 심지어는 중간, 기말고사 때는 밤새 중얼중얼 연습해요. 잠도 안자고 그대로 가서 시험보고 그랬을 정도로. 아쉬운 건 연습실이 많이 부족하다는 건데 연습실 좀 많이 만들어줬으면 해요. 졸업을 하고 국립창극단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이런 교육이 바탕이 되어서 들어오자마자 주인공도 하고 그랬어요. 사회에 나가서 떳떳해지고 당당해지고. 제가 잘나서가 아니라 교육을 잘 받은 거예요(웃음). 창작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전통을 배우세요

전통예술공연
요새는 전통예술도 파격, 창작만이 살 길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우리 학교 전통예술원만큼은 너무 휩쓸리지 말아야한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전통을 지키면서 새로운 것을 해야지 새롭게 하면서 전통을 지키려고 하거든요. 뼈대가 충실히 세워진 뒤에 뭘 세워야하는데, 모래 위에 지으려고 하는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대학 졸업해서 창작을 해도 안 늦어요. 대학 다닐 때는 제대로 된 전통음악을 배워서 기본을 닦는 게 필요해요. 전통원에 원장님이신 정재욱 선생님도 정악의 큰 어른이세요. 안숙선 선생님도 민속 음악의 정수라고 볼 수 있는 분이시고요. 그런 좋은 선생님들 밑에서 제대로 된 우리 전통 음악을 공부한 다음에 그런 창작을 해도 좋거든요. 너무 변질되어가는 것 같아서 아쉬워요. 제일 중요한건 전통이에요. 전 개인적으로 전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선생님들께 그렇게 배웠어요. 명인명창을 강사진으로 모셔다가 제대로 된 전통음악을 배우는 그런 교육 시스템이 되었으면 좋겠고. 학생들 스스로도 전통을 조금 더 하면서 대학 졸업을 하고 창작을 해도 늦지 않거든요. 다른 학교랑은 달라야 합니다. 좀 더 겸손히 배우려는 자세로

후배들 보면서 아쉬운 것은 친구들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가 있다는 거예요. 마인드 자체가 ‘우린 다른 대학 애들이랑 다르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실력 면에서 그렇게 되어야지 자세가 그러면 안돼요. ‘최고의 학교를 들어갔으니깐 난 최고야’라는 생각을 버려야 해요. 자신감이 있으면 물론 좋지만 자신감과 자만심은 한 끝 차이잖아요. 좀 더 겸손하게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국립극장 카페테리아에서 2시간 남짓 진행된 남상일 씨와의 인터뷰는 후배들을 향한 진실과 사랑이 담긴 편지 그 자체였다. 인터뷰 내내 그는 지금 이 시간에도 열심히 수학하고 있을 후배들에게 애정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었다. 선배란 그런 게 아닐까? 학교를 벗어난 먼발치에서도 항상 이끌어주고 새로 걸어가는 길에 길잡이가 되어주는 것. 자. 이제 우리에게 그 바톤이 넘겨졌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끊임없이 도전하고 정진하는 여러분에게 시원한 청량제가 되길 바라며. 동행취재: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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