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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소식
미술원/조형예술과 졸업생과의 만남-미술 작가 조해준
  • 동문 조해준
  • 등록일2009.02.25
  • 조회수14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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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크누안(한국예술종합학교 신문사 http://news.knua.ac.kr)



나만의 삶을 그리는게 더 재밌으니까


졸업생과의 만남-미술 작가 조해준(미술원 조형예술과 전문사 03)




‘작가’란 직업을 떠올릴 때 머리에 맺히는 이미지는 사람마다 제각기 다를 것이다. 작가는 예술작품을 창작하는 사람을 포괄하여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창작이란 본디 독창적인 것으로 그 이미지를 단 하나로 그려낼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매스컴의 발달과 대량생산으로 점철되는 현대 대중사회에서는 인간의 개성이 상실되고 있다. 무채색으로 점점 어둑해지는 사회가 색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후의 보루를 지키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자들이 있다면 바로 예술 하는 작가일 것이다. 타인에 대한 모방이 아닌 내게로부터 자발적으로 파생되어지는 작업을 하는 것이 그들이 지닌 시대의 소명일 터. 이런 때 작가로 살아가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개인으로부터 전체를 짐작해 본다. 최근 다큐멘터리 드로잉 시리즈 <놀라운 아버지>와 <뜻밖의 개인사>를 출간, ‘드로잉 다큐’라는 생소한 장르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미술작가 조해준 선배를 학교에서 만날 수 있었다.

미술 작가 조해준(미술원 조형예술과 전문사 03)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어요?



특별한 계기는 없는 것 같고요. 이전에도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은 있었지만 ‘작가가 되어야겠다, 본격적으로 작업을 해야 되겠다’고 생각을 한건 대학교 때였어요. 작가라는 삶의 모습이 저하고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거죠. 취직해서 돈 벌며 집사고 차사고 그런데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 건 저한테 안 맞는다는 생각을 했어요. 평범하게 살기 싫은 나름의 생각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남들과 다르게 살고 싶고 다른 생각을 하면서 살고 싶고 내가 작업해낸 결과물이 예술적으로 평가를 받고, 그런 삶이 더 재밌으니까.




◆예술 공부를 하며 ‘작가가 되겠다거나 전공을 살려 분야의 전문가가 되겠다’고 마음먹는 게 어쩌면 제일 어려운 일인데요. 그에 대한 확신이 있었던 것으로 들려요.



명확하지 않은 진로에 대한 불안이나 ‘내가 정말 잘 할 수 있을까? 내 작품이 제대로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같은 고민은 학부시절에 했었죠. 전문사 과정을 거치면서 주된 고민거리는 ‘어쨌든 제대로 데뷔를 하려면 처음에 좋은 작품을 들고 나가야 하는데…’ 뭐 그런 거였어요. 작가가 되는 게 사실 쉽지가 않아 종종 도중에 포기하기도 하는데 그래도 저는 준비하면서 포기란 단어를 생각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제가 아주 잘했다거나 그런 얘기가 아니라 이미 들어선 길이니까요. 그런 생각으로 나름 매진한 시기였던 것 같네요.




◆지금 하시는 작업이 ‘드로잉 다큐’ 맞죠? 언뜻 생소한데 직접 창안하신 건가요?



언론에서 그렇게들 쓰던데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제가 보기엔 좀 어색하죠. 저는 ‘다큐멘터리 드로잉 시리즈’라고 해요. 창안했고 아니고는 별로 중요한 게 아닌 것 같고요. 기존의 페인팅 작업에서 그림과 글이 같이 섞인 작업들이 있었죠. 드로잉 안에서도 글과 그림이 공존하는 건 그다지 특별한 일이 아닌데 특별하게 보이는 이유가 있다면 일단 서사가 있어서인 것 같아요.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가 자신의 개인사라는 점, 자기 삶의 경험을 다시 끌어내서 그걸 기록한다는 측면이 있겠죠. 그런 면에서는 조금 새로운 표현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미술하시는 아버지로 인한 영향이 어렸을 때부터 있었나요?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있었던 것 같고요. 아버지의 삶 안에서 그림이 항상 함께였기 때문에 저한테도 친숙했고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었던 거죠. 그런 측면에서는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는 거고 그런 부분들이 이번에 출간된 책같이 아버지와 함께하는 공동작업 안에 녹아있겠죠.




◆어떻게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됐나요?



제가 네다섯 살 정도로 어렸을 때 아버지가 근무하던 학교 사택에서 가족이 살았어요. 한참 말썽꾸러기일 시기죠. 그 때 아버지가 ‘생각하며 작업합시다’라는 타이틀로 작업 하신 게 있었는데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패러디한 작업이었어요. 거기다 제가 오줌을 쌌는데 아버지 아닌 다른 선생님한테 걸려서 꾸지람을 받은 기억이 있거든요. 이후 대학시절에 아버지께서 저한테 물려주신 도록이 있어요. 미술 전시 도록인데 1927년 동경하고 오사카에서 열린‘ 제6회 프랑스 현대 미술제’ 도록이에요. 그런데 그 도록 표지에 보면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도판이미지가 붙어있거든요? 그걸 보면서 예전에 아버지가 만드신 조각상과 도록의 도판이미지가 뭔가 연관이 있을 것 같다는 추측을 하게 됐고 2002년도에 새로운 작업을 구상하다가 아버지께 여쭤보게 됐죠.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서 이런 내용을 아버지의 개인사와 연결시켜서 기록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드렸죠.




◆<놀라운 아버지>와 <뜻밖의 개인사>에 이어 <어깃장난 아들>을 작업 중이시라고 들었어요. 지난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 소재로 만들기가 쉽지만은 않을 텐데요?



그 작업은 여태까지와 반대로 아버지가 저에게 제안을 하셔서 시작하게 됐어요. 제가 초등학교 입학한 79년부터 90년까지의 이야긴데 일단 ‘코멘타리 드로잉’이라고 명칭을 붙였어요. 제가 그림을 그리고 그 내용을 아버지께 보여 드려요. 그럼 아버지께선 자신이 몰랐던 아들의 이야기를 보고 코멘트를 다시는 거죠. 제가 기억나는 재밌었던 일들을 타이틀만 적어 봤더니 120여개정도 나오더라고요. 그 중에 60여개 정도는 내용을 다 썼고 지금은 그 중에서 스물다섯 점 정도 제작했어요.




◆서울과 독일을 오가며 작업 하신다고 들었는데 독일에는 어떻게 가게 되셨어요?



2005년도에 전시가 한 번 있었고요. 2006년도에는 국립 현대 미술관에서 보내주는 국제교환 레지던시(Residency-작업과 전시 기회를 제공, 예술가의 창작 및 거주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로 가 있었고요.




◆구상 중인 작업이 있나요?



독일에서 통독의 전 후 과정에 대한 연구를 하고 싶어요. 동독과 서독 출신의 평범한 사람들이 통일 전 후 어떠한 일을 겪었는지. 그들의 경험을 추적하고 어느 정도 수집이 되면 아버지께 전화로 구술을 통해서 그 내용을 전하고 아버지는 상상해서 그리는 드로잉 작업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미디어를 통해서 대략적인 건 접하셨겠지만 가보지 않은 세계를 한 개인의 삶의 과정 안의 경험으로 들어서 표현하는 건 달라지겠죠. 재밌는 작업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내 작품을 관통하는 하나의 ‘어떤 것’,‘이야기’인 것 같아요. 픽션이기도 하고 논픽션이기도 하고…. 지금 하는 작업도 왜곡된 사실은 없지만 재현된 이미지로서의 내용은 실제 존재하는 것과 다른 것이거든요.




◆작업을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이 있다면?



작품을 발표하면 그 작품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든 존재하기 마련이고 대중적인 시선이나 미디어의 반응, 전문가의 비평 등. 그 분야도 다양하죠. 구체적인 내용이 어떻든 평가가 이뤄지고 다시 작가한테 돌아온다는 게 재밌는 것 같아요. 어쨌든 저는 미술 분야 안에 속해있기 때문에 미술적 비평을 받는 게 저한텐 굉장히 중요한 일이거든요. 그런 과정을 획득하지 못 한 작업들은 사장되기 마련이고 결국엔 사라지는 작품이 되는 건데 작가한텐 불행한 일이죠. 어쨌든 순환의 과정을 통해 좀 더 좋은 작업을 할 수 있게 되고 그렇게 나온 작품이 비평적 맥락에서 살아남아 좋은 작품으로 평가받으면 종래에는 미술사에 남을 수도 있고, 그 부분이 저한테는 중요한 것 같아요.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 질문이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음… 사실은 다 아는 건데, 이 얘기는 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모델이 될 만한 사람을 잘 설정하면 좋겠다’. 자기한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보는 게 굉장히 중요한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특히 학부 과정은 더 그렇고요. 학부에서부터 그렇게 모델링이 될 만한 사람을 찾는다는 건 쉽지 않지만 만약에 그런 분이 있다면 많이 쫓아다니고 물어보세요. 그러면 진짜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사의 첫 물음, 작가를 떠올릴 때 내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아집’이란 단어였다. 그러나 ‘모델이 될 만한 사람을 찾아 배워라’ ‘작업의 결과물이 예술적으로 평가를 받는 것이 재밌다’란 선배의 말에서 왠지 지금에 어울리는 작가정신은 이런 게 아닐까 싶었다. 개인적 체험에 예술적 보편성을 부여하고 표현 방식에서 독창성을 획득한 그의 작업을 보며, 나만의 것을 지키기 위해 외부와 벽을 쌓고 있었던 자신을 되돌아봤다. 대중은 그들 속으로 뛰어들어 함께 호흡하며 나름의 색을 입혀줄 작가를 기다리고 있다. ‘소통’, 대중이 원하고 작가가 즐겁다.



전시 2008년 [조씨연대기, 조동환&조해준展](대안공간 풀) 2008년 [광주 비엔날레](비엔날레 전시관) 2006년 [젊은 모색展](국립 현대미술관) 2005년 [The Battle of Visions](담슈타트 쿤스트할레) 2003년 [생각하며 일합시다](광주 신세계 갤러리) 2002년 [신세대 흐름展](마로니에 미술관) 저서 2008년 『놀라운 아버지』 2008년 『뜻밖의 개인사 -당숙』



글·사진 박새늘 기자(saeneul@knu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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