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님 축사

힘겨운 노력의 시간을 견디고 당당히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한 신입생 여러분! 여러분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또한 이 자리에 있기까지 여러분에게 열과 성을 다하여 지원을 아끼지 않았을 학부모님들에게도 축하의 인사를 보냅니다. 여러분의 입학이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기운과 더불어 찬란히 빛나길 염원합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감염 예방을 위해 불가피 온라인으로 입학식을 진행하게 됨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입학생 및 학부모님들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지난 한해, 전 세계 모든 대학이 휴교 또는 온라인 수업으로 불편과 혼란을 겪었습니다.

우리 학교 역시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비대면수업을 원칙으로 했고, 필수 불가한 실기수업은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조심스레 대면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올해도 집단면역이 생길 때까지 이러한 원칙을 지킬 수밖에 없습니다. 해방을 누리고 자유를 만끽해야할 신입생 시절이지만, 방역과 학업을 병행해야하는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갑시다.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우리나라의 유일한 국립예술대학으로 1992년에 개교하여 짧은 기간 안에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를 대표하는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그 바탕에는 교수님들과 교직원 뿐 아니라, 특히 우수한 학생들 그리고 뛰어난 졸업생들의 재능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영화 기생충은 지난 해 세계를 휩쓴 대표적인 한국작품입니다. 여기에 출현한 주연급 4명의 배우 뿐 아니라, 의상과 미술, 음향 등 주요 스태프들은 모두 우리학교 졸업생들입니다. 저는 감독과 주연배우도 중요하지만, 영화예술의 허리라 할 수 있는 촬영 음향 편집 미술 등에서 뛰어나게 활약하는 동문들이 더 자랑스럽습니다.

스타가 빛이라면 스태프들은 소금입니다. 빛은 드러나고 세상을 밝힙니다. 소금은 보이지는 않지만 없어서는 안 될 맛을 냅니다. 여러분은 예술계의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해 우리 학교에 입학하였고, 여러분의 선배들이 쌓은 실력과 명성을 뛰어넘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여러분이 지금까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공부해라 공부해라일 겁니다. 그런데 우리학교는 더 공부하라고 할 겁니다. 공부에 해당하는 영어는 learning과 study가 있습니다.

러닝은 주어진 교사와 교재로부터 지식을 얻어 내 것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반면 스터디는 자신이 주제를 정하고 스스로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입니다. 우리학교는 스터디를 하는 곳입니다. 세상에 없는 예술을 창작하라고 할 것입니다. 그것이 예술가되는 첫걸음입니다.

이제 여러분은 예술가가 되기 위한 첫걸음으로 작은 배를 타고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고독한 선장이 될 수 있습니다. 억센 파도가 배를 삼킬 듯 달려들지도 모르고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한밤의 어둠에서 항해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끊임없는 실험정신과 도전정신, 그리고 다양한 사고와 가치관, 한곳에 안주하지 않는 열정은 여러분에게 새로운 신세계를 열어줄 것입니다. 그 항해의 길에 학교는 응원과 지지를 보낼 것이며, 교수님들의 격려가 있을 것입니다. 또 항해의 고독을 함께 나눌 동료들과 선후배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신입생 여러분!
다시 한번 여러분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여러분이 가야할 길이 험난한 가시밭길이 아니라, 꽃이 만개한 꽃길이 되기를 희망하며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1년 2월 26일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김봉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