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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현이 개인전
《펼쳐진 구멍, 접힌 자국》
2025.11.11.-11.30.
K-Arts space, 2층 (서울특별시 성북구 돌곶이로 34 현승빌딩 2층)
12:00 - 18:00 (월요일 휴관)
기획: 안유선
디자인: 박윤수
촬영: 김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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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박소현이는 언제든 휘발되거나 다른 감각으로 대체될 수 있는 존재들이 등장하는 세계를 만들어왔다. 이들은 작가의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부재하는 할머니로, 시간의 흐름과 기술 매체의 변화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지켜내기 어려운 존재들이다. 우리가 영상과 회화, 책과 조각을 통해 마주한 이들은 연약하고 쉽게 부서질 것처럼 보이지만, 박소현이가 만들어낸 세계에 부유하는 것은 애도와 연민, 사라지기 쉬운 존재를 붙들어두고자 하는 마음만이 아니다. 세계의 깊은 곳에는 연약한 존재가 지닌 기억과 시간의 다층성이 그들이 현존할 수 있는 방식이라는 믿음이 자리한다.
작가의 믿음은 끊임없는 세계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편집 과정에서 탈락된 영화의 장면들은 다른 영상 작업의 재료가 되며 글을 쓰며 떠오르는 기억과 시간은 중첩되어 회화의 한 부분으로 변한다. 이때 작업이 발생시키는 작업 안의 시간과 작업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반영되는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이 발생하는 시간이 흐른다. 박소현이는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흐르는 단선적인 시간의 흐름이 아닌 작업 안과 밖의 시간이 서로를 침투하며 경계를 흐르는 과정을 담아내고자 한다.
《펼쳐진 구멍, 접힌 자국》은 이러한 끊임없이 반복되는 세계의 탄생과 시간에 대한 이야기다. 구멍으로 은유되는 작가의 눈과 카메라를 통해 지각함과 동시에 과거가 되어버리고, 미래가 다가와 현재가 되어버리는 순간들이 만나 새겨진 시간을 마주한다는 이 이야기의 시작에는 펼쳐진 세계가 있다. 이미 주어진 세계 속에 자리하는 우리는 메를로-퐁티가 말했듯 보는 자이자 보이는 자가 된다. 이제 전시는 박소현이가 구멍을 통해 본 존재와 세계, 작가와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고, 서로에게 보여지며 남긴 분명한 자국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